세상에는 소수의 기득권자나 편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익을 가로채는 일이 많다. 누가 물었다. 인터넷에도 이데올로기가 있느냐고…
우리는 사이버 세계를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통해 대한다. 따라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만든 이들이 사이버 세계도 설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것은 웹사이트 설계자의 맘이다. 하지만 인터넷 입구를 만드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과 같은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정하기 나름이다.
따라서 그들이 어떤 설계를 하느냐에 따라 인터넷의 이데올로기가 결정된다. 사람들은 URL 주소를 직접 입력하여 원하는 웹사이트를 접근하기도 하지만 정확한 주소를 모를 때 검색 포털의 검색창을 통해 검색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엄연히 목적이 다른 셈이다.
검색 포털은 검색 시 페이지 상단에 위치시켜주는 대가와 클릭횟수로 각 회사들로부터 돈을 받는다. 결국 포털로 연결하는 횟수를 늘릴수록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이다. 따라서 포털과 브라우저 회사 간의 검은 거래가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결국 브라우저 회사는 주소창을 통해 자사의 포털로 연결하는 꼼수를 두었고 주소창과 검색창의 용도가 결합되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이는 주소창에 단어를 입력하면 지정 포털의 검색 결과 페이지로 연결된다는 말이다.
돈을 많이 지불하면 할수록 상단에 위치시켜주고 바로가기 링크를 제공하는 거래가 지금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브라우저 회사와 포털사 간의 검은 커넥션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인터넷에도 자본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것이고 돈의 논리에 의해 순환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즉, 인터넷은 지금 돈 있는 자들을 위한 세상으로 구조 변경되고 있는 셈이다. 처음 의도와 달리 자본주의화 되고 있다.
이는 향후 사이버 세계에 정부가 들어서야 하고 헌법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겠지만 사람들은 부지불식간에 인터넷 세계에 이런 공작이 벌어지고 있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의 등장과 더불어 인터넷은 편의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도 설계 변경이 필요한 상황이다. 왜 애플이나 구글을 위시하여 모바일 기기 업체들이 음성인식에 수많은 돈을 허비하겠는가? 바로 다음 세대의 인터넷은 음성인식이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웨어러블 컴퓨팅으로 가는 일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안이 있다. 그것은 자국어 음성 인식에 대한 이슈이다.
인터넷 접속 시 처음 접하게 되는 통로가 바로 주소창이다. 인터넷 도메인 주소체계가 IPv4에서 IPv6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영어주소체계는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이때 대안으로 등장하는 것이 자국어 주소체계이다.
삼성전자 홈페이지를 접속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할 때, 모바일 기기에서 URL 주소를 입력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음성 명령(Voice Command)이다.
예를 들어, ‘www.samsung.com’을 소리로 말한다면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이때 ‘삼성전자’를 허용하는 주소체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영어로만 인식되는 세상이라면 ‘쌤썽 일렉트로닉스’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한국인에겐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국어 음성인식을 통해 ‘삼성’이나 ‘삼성전자’라고 말하면 해당 홈페이지로 갈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검은 커넥션의 진원지인 포털을 거치지 않고 말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겠지만 1997년에 넷피아란 국내회사가 자국어 인터넷 주소체계를 개발했고 이를 상용화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인터넷 헤게모니를 쥐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국내 유력 포털들 및 통신업체들의 강력한 저지로 무산된 바 있다.
해당 업체는 위에서 지적한 주소체계를 모두 설계했고 포털을 경유하지 않고 인터넷 주소창에서 원하는 회사의 웹사이트로 직접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가능하게 했었다.
이는 사이버세계에 자본주의가 아닌 평등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시도였고 거의 실현이 가능한 단계까지 진입했었다. 놀라운 것은 이 체계를 이용하여 세계 95개국 80개 언어 자국어인터넷주소 서비스를 발표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인터넷 세상에 정의를 실현하려는 시도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 익스플로러 설계를 변경하고 국내에 영향력을 발휘하여 ‘인터넷 주소자원에 관한 법률’을 만들면서 저지되었다.
이런 일이 있은 후에도 세계 유수의 기업이 한국의 작은 중소기업을 망하게 하려는 공작은 계속되었다고 한다. 이를 테면, 검찰을 동원했던 사례는 정말 치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스마트폰의 경우, 이런 커넥션이 작동하지 않고 구글이 독식하자 네이버와 다음이 소송을 걸었다가 무혐의 처리된 바 있다. 과연 그들이 그런 소송을 걸 자격이 있다고 보는 것인가? 인터넷 정의를 위해 작은 회사가 고군분투할 때 함께 공분하지 않았고 도리어 공격했던 회사들이 바로 그들이다.
자동전자교환기가 등장하기 전, 교환원과 연결된 많은 업체들이 수혜를 입었듯이 오늘날 포털과 돈으로 연결된 커넥션이 인터넷 세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한국의 넷피아는 여전히 작은 기업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의 고발은 단순히 돈을 벌겠다는 목적이 아니었다. 이 회사는 MS나 오버추어와 같은 회사가 해당 기술과의 연계를 제안해 왔지만 중소기업들의 고통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어 이를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난 개인적으로 인터넷 세계에 반드시 정의와 평등이 구현되어야 하며 많은 중소기업들이 현재의 인터넷 헤게모니의 피해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는 훌륭한 우리의 기업임에도 왜 자국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설움을 당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작은 기업이기 때문인가? 우리 국민들 저변에 흐르고 있는 기술 사대주의가 원인이며 독특한 것을 헐뜯는 잘못된 정서 때문이라고 본다.
이 나라에도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있지만 그 가치를 살려주지 못하고 있다. 정의를 위해 그리고 모두의 안위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기술을 개발해온 기업에 박수를 보내는 국민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칼럼리스트 : 최형선
출처 :
http://www.jb-breaknews.com/sub_read.html?uid=17426§ion=sc10§ion2=최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