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국인 사업자가 영국 사이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재판부는 자국 국민의 손을 들어주어
영국 사이트에 벌금과 시정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 영국 사이트는 미국이 아닌 영국에서 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명령을 거부했다.
그러자 이 사업자는 이 사이트를 중지시키라는 명령을 ICANN에 내려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인 ICANN은 사이트 주소를 중지시키는 권한은 ICANN이 아닌, 해당 레지스트라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레지스트라는 ICANN의 인증을 받아 도메인 등록업무를 대신하는 업체를 말한다.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소규모 이메일 마케팅 회사 e360 Insight LLC(e360insight.com)의
사장 데이비드 린하트는 지난 6월 21일 영국의 비영리 사이트 스팸하우스(www.spamhouse.org)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그 서류를 미 일리노이 법원에 제출했다.
e360은 스팸 메일을 발송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팸하우스 사이트가 제공하는 스팸 메일 발송업체
블랙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린하트 사장은 블랙 리스트에서 자사의 이름을 즉각 삭제할 것과 117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스팸하우스는 1998년 세계 각국의 자원봉사자 25명으로 설립된 영국의 비영리 사이트로, 스팸 메일을
보내는 업체에 관한 정보와 증거를 수집해 사이트에 올리는 일을 하고 있다. 스팸 발송 업체는 블랙 리스트인 ROKSO 리스트에
올라가게 되는데, 많은 국가의 사법 기관이나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이 블랙 리스트를 스팸 메일 근원지를 적발, 차단하기
위한 정보로 활용하고 있다.
스팸 하우스는 그동안 스팸 차단 목록을 작성하는 업체들이 스팸 발송 업체뿐만 아니라 이 업체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IP 어드레스를 공유하는 사이트도 차단한다는 불만도 많이 샀었다. 지난달에는 불만을 가진 스패머들의 네트워크상의 공격으로
사이트를 임시 폐쇄하기도 했다.
e360은 다량의 이메일 발송시 이메일 수신에 동의한 사람에게만 메일을 발송하기 때문에 자사가 보낸
메일은 스팸 메일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스팸하우스는 다량 메일로 광고를 한달간 수백명에게 보낸 것은 불법 스팸이라고
맞서고 있다. 스팸하우스는 현재 그동안 e360이 발송한 이메일 샘플을 모아 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스팸 메일은 전 세계적으로 골칫거리가 되어온 지 오래지만, 각 국가마다 스팸 메일에 대한 정의가
각각 다르다. 대부분 유럽 국가들은 대량 이메일을 발송하기 전 받는 측으로부터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은 메일을 스팸으로 간주하는
한편, 미국은 2003년 제정된 Can-Spam 법령에 의거, 메일 제목에 광고라고 표시하고, 수신자가 수신거부를 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한 스팸으로 간주하지 않고, 다량 이메일 발송을 허용하고 있다. 일본 역시 메일 본문에 메일을 거부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한 스팸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
스팸하우스는 이에 대해, 스팸하우스의 사업지는 미국이 아니라 영국이기 때문에 사법관할 지역이 아닌
미국 법원의 판결에 따를 수 없다는 이유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미 일리노이주 재판부는 2006년 9월 13일 스팸하우스에
대해 블랙 리스트에서 e360을 삭제하고, e360을 실수로 블랙 리스트에 올렸음을 공고하는 메세지를 스팸하우스 웹사이트(www.spamhaus.org)에
게재했다. 또 그동안 e360이 입은 손해액 1170만달러를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 피고측이 스스로를 변호하지 않은 경우에 대한
디폴트 판결이었다.
스팸하우스가 명령을 이행하지 않자 e360은 2006년 9월 29일 스팸하우스가 재판부의
명령에 따를 때까지 www.spamhaus.org 사이트 도메인을 차단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10월 5일
공청회가 열렸고, 공청회가 끝난 뒤 e360은 스팸하우스의 레지스트라인 터카우스와 ICANN로 하여금 www.spamhaus.org
도메인을 정지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재심리안을 제출했다. |